깨달음 (전강선사 No.108)—오래오래 하면 반드시 들어갈 구녁이 나와! | 春來依舊草自靑 秋至任他黃葉落 | 脚蹉手跌 心華頓發.
* 깨달음 ; 각 ( 覺 ). 법 ( 法 ) 의 실체와 마음의 근원을 깨달아 앎 . 지혜의 체득 . 내가 나를 깨달음 . 내가 나의 면목 ( 面目 , 부처의 성품 ) 을 깨달음 .
* 법 ( 法 ) ; ( 산스크리트 ) dharma, ( 팔리 ) dhamma 의 한역 ( 漢譯 ).
①진리 . 진실의 이법 ( 理法 ).
②선 ( 善 ). 올바른 것 . 공덕 .
③부처님의 가르침 .
④이법 ( 理法 ) 으로서의 연기 ( 緣起 ) 를 가리킴 .
⑤본성 .
⑥의 ( 意 ) 의 대상 . 의식에 드러난 현상 . 인식 작용 . 의식 작용 . 인식 내용 . 의식 내용 . 마음의 모든 생각 . 생각 .
(13분 18초)
[ 법문 ] 전강선사 (No.108)— 이뭣고 화두법 , 월봉외도 , 선요 , 자경 ( 임자 72.01.09. 새벽 ) (전108)
또 공부를 지어 들어가다가 화두가 인자 오래오래 해서 화두가 한이 차면 ‘ 구구 ( 久久 ) 하면 필유입처 ( 必有入處 ) 다 ’ 오래오래 하면 반드시 들어갈 구녁이 나와 ! 퇴타 ( 退墮 ) 하지 말고 , 안된다고 내던지지 말고 .
그저 앉아서 무덤덤하게 ‘ 이뭣고 ?’ 해도 그저 더 안되고 더 까깝하고 허드래도 ‘ 이뭣고 ?’ 만 자꾸자꾸 해서 물러가지 마라 . 참으로 네 물러갈 곳이 어디냐 ? 옳게 들어왔다 . 왔으니 물러가지 말지니라 .
춘래의구초자청 ( 春來依舊草自靑 ) 이요 . 봄이 오면 제절로 풀이 나는 법이고 , 추지임타황엽락 ( 秋至任他黃葉落 ) 이니라 . 가을이 오면은 황엽이 , 이파리가 누래져서 떨어질 때가 온다 .
화두 참선도 인제 그럴 때가 들어와 . 오래오래 순숙 ( 純熟 ) 하게 해 들어갈 것 같으면은 유기저사인상사 ( 有氣底死人相似 ) 다 . 몸뚱이는 부들부들하니 기운은 있는디 , 딸싹딸싹 헌디 죽은 사람 같다 . 등신 ( 等神 ) 같고 , 어리석은 사람 같고 .
화두가 그만 꽉 ‘ 이뭣고 ?’ 알 수 없는 놈이 내외 ( 內外 ) 가 그만 내 마음 안이나 마음 밖에나 전체가 알 수 없는 한 일념 ( 一念 ) 이 싸져 버렸으니 , 의심 ( 疑心 ) 이 딱 ! 그만 쩔어져 버렸으니 콱 ! 몸뚱이에 백혀 쩔어져 버렸으니 똑 죽은 사람 같다 . 그래도 죽은 사람이 아니여 .
우여목조저상사 ( 又如木雕底相似 ) 다 . 냉기 ( 나무 ) 로 저렇게 깎아 놓은 부처님 , 저 등상 ( 等像 ) 으로 맨들어 놨거든 . 거 어디 그 무슨 그 가만히 등상으로 앉었지마는 눈도 있고 코도 있고 귀도 있고 입도 있고 가만히 앉었다 그말이여 . 고러헌 등상같이 맨들어 놓은 지경이 온다 .
도자리 ( 到者裡 ) 해야 , 이러헌 때에는 , 인제 이런 때가 와서는 맥연각차수질 ( 驀然脚蹉手跌 ) 이다 . 문득 다리를 한번 뭘 삐딱하던지 , 손을 한번 뭐 잡다가 삐딱하던지 , 무슨 경계가 와 가지고는 밥을 먹다가 숟그락 딱 ! 소리가 나던지 , 물을 마시다가 후르르르 소리가 나던지 ,
아 ! 이런 무슨 그 수질 ( 手跌 ) 그런 지경에서 각차수질 ( 脚蹉手跌 ) 그때에 심화 ( 心華 ) 가 돈발 ( 頓發 ) 이다 . 그 마음에 알 수 없는 의심이 그만 툭 터진다 . 확 ! 터져 버린다 이말이여 .
통조시방 ( 洞照十方 ) 이라 . 시방세계를 통조 ( 洞照 ) 한다 .
시방세계는 어디 어디 뭔 저 타관 ( 他官 ) 어디 뭐 , 멀고 가까운 데 뭐 , 저 하늘 속 땅 밑 뭐 , 금강 지하 뭐 , 비비상천 ( 非非想天 ) 소용없어 .
정 ( 頂 ) 도 저 꼭대기 꼭대기 마지막 꼭대기 이마빡까장 마지막 저 밑에 금강저까장 투정투저 ( 透頂透底 ) 다 . 정 ( 頂 ) 을 뚫어 버리고 저 ( 底 ) 를 뚫어 버린다 . 위에를 뚫어 버리고 밑에를 뚫어 버린다 .
그러니 횡 ( 橫 ) 은 어쩔 거여 , 횡은 ?. 수 ( 垂 ) 를 다 뚫어 버리고 횡을 다 쳐부숴 버리고 안 미쳐 버리는 곳이 없네 . 이러헌 그만 지경이 있다 그말이여 .
이건 이무애 ( 理無碍 ) 지경에도 있지마는 이 이무애 ( 理無碍 ) 를 증득 ( 證得 ) 해 버리면 사무애 ( 事無碍 ) 가 이런 지경이 있어 . 사사 ( 事事 ) 가 .
참 , 우리 마음속에 그러헌 보배 각 ( 覺 ) 이 있네 . 우리 마음이지 그놈이 그 각 ( 覺 ) 이라 그말이여 . 이런 각이 있어 . 그러면 그 깨달은 경계다 .
여고일 ( 如 杲日 ) 이 여천 ( 麗天 ) 이다 . 저 동쪽에서 떠올라 온 해가 , 동천 ( 東天 ) 에서 턱 ! 솟아올라 온 해가 하늘에 떠억 한복판에 떠서 비쳤다 . 복판에 한낮쯤 된 일광 같다 . 확철이 다 비쳐 버린 것이 .
우여명경당대 ( 又如明鏡當臺 ) 다 . 또 그 밝은 법 ( 法 ) 이 , 그 당처 ( 當處 ) 자리가 명경 ( 明鏡 ) 으로 명경 비춘 것 같다 . 뭐 다른 거 아녀 . 명경으로 명경을 비추니 그놈의 것 어디 무슨 어디가 안 나타난 것이 있나 ?
불월일념 ( 不越一念 ) 허고 , ‘ 내 ’ 한 『이뭣고 ? 』 생각을 넘치지 않고 , 내 일념 ( 一念 ) 을 조금도 어디 버리고 넘치고 내버리지 않고 , 그대로 일념 가지고 돈성정각 ( 頓成正覺 ) 이로구나 . 몰록 정각을 이뤄버렸구나 . 바로 깨달랐구나 .
바로 깨달아 놓고 보라 그말이여 . 깨달아 놓고 봐야지 .
쪼끔 하다가 무슨 빼꼼하니 생각난다고 한마디 푹 일러 놓고 . 도리어 그만, 고 내와 고 도리 갖다가 도로 물으면 꽉 맥혀서 . 고것이 참선법이여 ? 고것이 ?
일관도천 ( 一串都穿 ) 에 정각을 이뤄버릴 것 같으면 벌써 천칠백 공안 ( 千七百 公案 ) 이 그대로 척척 보일 것도 말 것도 없지 . 낱낱 해 논 것이 그대로.
툭 하나 터지면 또 하나 나중에 맥히고 그려 ? 그놈 왜놈의 참선인가 보다 . 하루에 하나씩 깨닫게 .
그런 법 아니여 . 터억 깨 번지면은 하나도 어디 가서 어떤 놈이 걸리며 어떤 놈이 맥혀 ?
그래 가지고 고것 생사가 — 아 ! 생각해 보면 알지 . 그 생사 면할 건가 ? 그것 가지고 ?
그런 놈의 지견을 가지고 와서는 뭐라고 , 벌써 보면 알지 . 코똥 한번 픽 뀌어버릴 일이지 . 그것참 나 .
실개정각 ( 悉皆正覺 ) 하리라 . 탁 ! 깨달아 버릴 것이다 .
비유명차일대사 ( 非惟明此一大事 ) 라 . 오직 이 일대사 ( 一大事 ) 만 밝히는 거 아니다 . 내 생사대사 ( 生死大事 ) 만 밝힌 거 아니여 . 내 생사대사 , 죽고 사는 생사대사만 면하는 게 아니다 .
종상약불약조 ( 從上若佛若祖 ) 에 , 저 위로 좇아서 과거 다생겁래 ( 多生劫來 ) 로 오면서 , 위 좇아 부처와 조사 — 그 과거에는 부처가 없었으며 조사가 없었나 ? 언제든지 있었는디 .
부처와 조사와 일체차별인연 ( 一切差別因緣 ) 을 , 차별인연까지 실개투정투저 ( 悉皆透頂透底 ) 다 . 다 정 ( 頂 ) 을 통하고 , 정을 뚫고 밑을 뚫는다 . 이마빡을 다 , 이마빡이 없이 저 위까장 다 뚫어 버리고 밑구녁까장 다 터져 버린다 . 저절로 터져 버려 .
아 이러헌 , 세상에 참선법인데 , 이렇게 무위법인데 , 이 무위법에 퇴타할 수가 있나 ? 학자 ( 學者 ) 야 , 어떻게 퇴타를 하느냐 ? 믿고 들어오기만 해도 벌써 겁 ( 劫 ) 중에 , 한량없는 겁 중에 인연을 지어온 것이니라 .
불법세법 ( 佛法世法 ) 을 타성일편 ( 打成一片 ) 이다 . 불법 ( 佛法 ) 이고 세법 ( 世法 ) 이고 , 쳐서 한덩어리 이루어서 다 깨달아 버렸다 .
그러니 어떻게 좋던지 , 인자 그만 좋을 것뿐인가 ? 일 마쳤으니 좋기도 허고 슬프기도 허고 , 자비심도 더헐 수 없고 , 원융심도 더헐 수 없고 , 참 이와 같은 경계가 어디 있겠나 ?
나 깨달아 가지고 보니 좋으니까 한바탕 여그서 노래를 부른단 말이여 . 이 노래여 . 이것 또 고인 ( 古人 ) 노래 . 확 깨달아 가지고 다 통해서 보림 ( 保任 ) 해서 증 ( 證 ) 해 버려 놓으니 ,
등등임운 ( 騰騰任運 ) 이요 임운등등 ( 任運騰騰 ) 이요 . 쇄쇄낙낙 ( 灑灑落落 ) 이요 건건정정 ( 乾乾淨淨 ) 이니라 . 주일개무사출격진도인야 ( 做一箇無事出格眞道人也 ) 니라
나무 ~ 아미타불 ~
이래 가지고는 등등임운 ( 騰騰任運 ) 하며 ‘ 날 등 ( 騰 )’ 자여 . 날고 난다 . 임운 ( 任運 ) 한다 . 마음대로다 . 등등 ( 騰騰 ) 이 임운 ( 任運 ) 이다 .
또 그 밑에는 임운 ( 任運 ) 이 등등 ( 騰騰 ) 이다 . 임의 ( 任意 ) 대로 한 것이 등등이로구나 . ‘ 날 등 ( 騰 )’ 자를 응 , 이렇게 등등임운이요 , 날고 나는 것을 임의대로 . 또 임운을 등등이다 , 임운을 또 날고 난다 .
쇄쇄낙낙 ( 灑灑落落 ) 이다 . 그 깨끗허고 깨끗허고 깨끗허고 깨끗허다 . 오직해야 넉 자를 놨을까 . 건건정정 ( 乾乾淨淨 ) 이다 . 높고 높고 또 깨끗허고 깨끗허다 .
하 ! 이거 뭐 생사 ( 生死 ) 가 있어야지 , 뭐 거가서는 인자 무슨 뭣이 있어 ? 하나도 일도 없고 , 뭐 할 일이 없다 . 생사 하나 깨달아 놓고 , 생사 하나 없애버리고 보니 아무 일도 없다 , 당최 .
이놈의 생사 때문에 중생사 ( 衆生事 ) 가 이렇게 남의 걸 뺏을라 하고 , 도둑질할라 하고 , 사기 협잡하고 , 그저 남의 나라 쳐서 뺏을라 하고 맨 요따위뿐인데 . 턱꺽 깨달아 놓으니 아 , 세상에는 뭔 일이 있나 ?
하나도 일이 없어서 무사출격인 ( 無事出格人 ) 이다 . 일이 없어서 격 ( 格 ) 밖에 뛰어난 사람이다 . 출격진도인 ( 出格眞道人 ) 이다 . 격 밖에 뛰어난 참 진짜 도인이다 .
임마출세일번 ( 恁 麽出世一番 ) 하야사 , 이렇게 인생 문제를 깨달아 버리고 이렇게 터억 되아사 ,
방왈불부평생참학지지원이 ( 方曰不負平生參學之志願耳 ) 니라 . 방 ( 方 ) 야로 평생 참학 ( 參學 ) 의 지원 ( 志願 ) 을 버리지 않는 것이요 , 네가 네 몸뚱이 얻은 목적을 달성헌 것이요 , 너는 참 , 인자 참 ... 뭐 뭔 말을 할 것이냐 ?
이것이 우리 참선법 ( 參禪法 ) 이여 . 이 참선법을 어디 가서 배울 것이냔 말씀이여 . 참선법을 아무 때나 배울 데가 있는 줄 알으셔 ?
그런데 이런 참선법에 인연이 없으면 온 법도 없어 . 와서 들을라고도 허지 않어 . 과거 다생겁 중에 한량없이 인연을 모도 심어 놨기 땀세 이렇게 와서 이 참선을 처억 배우는 대학자 ( 大學者 ) 지 . 참선법 여까장 조끔 설해 놓고 .(13 분 51 초 ~27 분 9 초 )
[ 참고 ] 위에 하신 법문 『선요 ( 禪要 ) 』의 원문 ( 原文 ). 『고봉화상 선요 ( 禪要 ) 』 ( 통광 역주 | 불광출판사 ) p51~52, 『선요』 ( 원순 역해 | 도서출판 법공양 ) p41~42 참고 .
〇恰如箇有氣底死人相似하며 又如泥塑木雕底相似리라 到者裏하야 驀然脚蹉手跌하면 心華頓發하야 洞照十方이 如 杲日麗天 하고 又如明鏡當臺하야 不越一念하고 頓成正覺이라
흡사 숨만 남은 시체와 같으며 또는 진흙으로 만든 인형이나 , 나무로 깎아 만든 조각 같이 될 것이다 .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갑자기 손과 발이 미끄러져서 마음꽃이 단박에 피어 시방세계를 훤히 비춤이 마치 밝은 해가 하늘에 뜬 것 같으며 , 맑은 거울이 경대에 놓인 것 같아서 찰나에 정각 ( 正覺 ) 을 이루는 것이다 .
非惟明此一大事라 從上若佛若祖의 一切差別因緣을 悉皆透頂透底하며 佛法世法을 打成一片하야 騰騰任運하고 任運騰騰하며 灑灑落落하고 乾乾淨淨하야 做一箇無爲無事出格眞道人也라
恁 麼出世一番 하야사 方曰 不負平生參學之志願耳니라
이 일대사만을 밝힐 뿐 아니라 , 위로 부처님이나 조사들의 온갖 차별된 인연 ( 因緣 ) 을 몽땅 아래 위로 꿰뚫어 알며 불법과 세간법을 한 조각으로 만들어 무심하여 걸림이 없이 자유자재하며 , 물 뿌린 듯 쇄락하고 , 씻어 말린 듯 정결하여 하나의 격식에서 벗어나 일없는 참 도인이 될 것이다 .
이렇게 한번 세상을 뛰어나와야 비로서 ‘ 평생동안 참선하려는 뜻과 원력을 저버리지 않는다 ’ 고 말하리라 .
>>> 위의 법문 전체를 들으시려면 여기에서 들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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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타 ( 退墮 물러날 퇴 / 떨어질 · 게으를 타 ) ; 어떤 경지로부터 물러나 되돌아 오는 것 . 퇴전 ( 退轉 ) 이라고도 한다 .
* 까깝하다 ; ‘ 답답하다 (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후련하지 않아 애가 타고 갑갑하다 )’ 의 사투리 .
* 순숙 ( 純熟 순수할 · 온전할 순 / 익을 숙 ) ; 완전히 익음 .
* 등신 ( 等神 ) ; 나무 , 돌 , 흙 , 쇠 따위로 만든 사람의 형상 .
* 등상 ( 等像 ) ; 나무 , 돌 , 흙 등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 .
* 각차수질 ( 脚蹉手跌 다리 각 / 미끄러질 · 넘어질 차 / 손 수 / 거꾸러질 · 넘어질 질 ) ; ( 몸이 균형을 잃고 ) 손과 발이 미끄러지다 .
[ 참고 ] 『고봉화상 선요 ( 禪要 ) 』 ( 통광 역주 | 불광출판사 ) p50~52, 『선요』 ( 원순 역해 | 도서출판 법공양 ) p40~42 참고 .
〇 若要的實明證인댄 須開特達懷하며 發丈夫志하야
將從前惡知惡解와 奇言妙句와 禪道佛法과 盡平生眼裏所見底와 耳裏所聞底하야 莫顧危亡得失과 人我是非와 到與不到와 徹與不徹하고
만일 이 일을 적실하고 분명하게 증득하려면 특별한 포부를 품고 대장부의 뜻을 내어 ,
종전의 나쁜 알음알이와 기묘한 언구 ( 言句 ) 와 선도 ( 禪道 ) 와 불법 ( 佛法 ) 과 평생동안 눈으로 본 것과 귀로 들은 것들에서 위태로움과 죽음 , 얻음과 잃음 , 남과 나 , 옳음과 그름 , 도달함과 도달치 못함 , 사무침과 사무치지 못함 따위를 돌아보지 말고 ,
發大忿怒하며 奮金剛利刃하야 如斬一握絲에 一斬에 一切斷이라 一斷之後에 更不相續하야 直得胸次中이 空勞勞地와 虛豁豁地가 蕩蕩然 無絲毫許滯碍하야 更無一法可當情이 與初生으로 無異니라
크게 분발심을 내어 마치 금강 같은 날카로운 칼로 한줌의 실을 벨 때 , 한 번 베면 모두 다 끊어져서 그 후에는 다시 이어지지 않는 것과 같이 하면 , 당장 가슴속이 텅 비어 호호탕탕 ( 浩浩蕩蕩 ) 해서 실끝만치도 막히거나 걸림이 없으며 다시 한 법도 정식 ( 情識 ) 에 매이지 않음이 마치 갓난아기와 같을 것이다 .
喫茶不知茶하고 喫飯不知飯하며 行不知行하고 坐不知坐하야 情識이 頓淨하고 計較都忘이 恰如箇有氣底死人相似하며 又如泥塑木雕底相似리라
到者裏하야 驀然脚蹉手跌하면 心華頓發하야 洞照十方이 如 杲日麗天 하고 又如明鏡當臺하야 不越一念하고 頓成正覺이라
차를 마셔도 차 마시는 줄 모르고 , 밥을 먹어도 밥 먹는 줄 모르고 , 다녀도 다니는 줄 모르고 , 앉아도 앉는 줄 몰라 정식 ( 情識 ) 이 단박 깨끗해지고 계교 ( 計較 ) 가 모두 없어지는 것이 흡사 숨만 남은 시체와 같으며 또는 진흙으로 만든 인형이나 , 나무로 깎아 만든 조각 같이 될 것이다 .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갑자기 손과 발이 미끄러져서 마음꽃이 단박에 피어 시방세계를 훤히 비춤이 마치 밝은 해가 하늘에 뜬 것 같으며 , 맑은 거울이 경대에 놓인 것 같아서 찰나에 정각 ( 正覺 ) 을 이루는 것이다 .
非惟明此一大事라 從上若佛若祖의 一切差別因緣을 悉皆透頂透底하며 佛法世法을 打成一片하야 騰騰任運하고 任運騰騰하며 灑灑落落하고 乾乾淨淨하야 做一箇無爲無事出格眞道人也라
恁 麼出世一番 하야사 方曰 不負平生參學之志願耳니라
이 일대사만을 밝힐 뿐 아니라 , 위로 부처님이나 조사들의 온갖 차별된 인연 ( 因緣 ) 을 몽땅 아래 위로 꿰뚫어 알며 불법과 세간법을 한 조각으로 만들어 무심하여 걸림이 없이 자유자재하며 , 물 뿌린 듯 쇄락하고 , 씻어 말린 듯 정결하여 하나의 격식에서 벗어나 일없는 참 도인이 될 것이다 .
이렇게 한번 세상을 뛰어나와야 비로서 ‘ 평생동안 참선하려는 뜻과 원력을 저버리지 않는다 ’ 고 말하리라 .
— 원문에 있는 ' 驀然 脚蹉手跌 ' 은 몸의 균형을 읽고 자기도 모르게 문득 발이 미끄러지고 손이 미끄러지는 것이니 , 아차 ! 하는 순간을 말한다 . 轉身移步 懸崖撒手 . ( 원순 스님 주 )
* 이무애 ( 理無碍 ) ; 이치 ( 理致 ) 에 걸림이 없는 지무생사 ( 知無生死 ) • 계무생사 ( 契無生死 ) 의 경지 ( 境地 ).
* 사무애 ( 事無碍 ) ; 사물 ( 事物 ) 에 걸림이 없는 체무생사 ( 體無生死 ) • 용무생사 ( 用無生死 ) 의 경지 .
* 각 ( 覺 ) ; 깨달음 . 법의 실체와 마음의 근원을 깨달아 앎 . 지혜의 체득 . 내가 나를 깨달음 . 내가 나의 면목 ( 面目 , 부처의 성품 ) 을 깨달음 .
* 당처 ( 當處 ) ; 어떤 일이 일어난 그 자리 . 그곳 . 또는 이곳 .
* 빼꼼 ; 작은 구멍이나 틈 사이로 아주 조금만 보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
* 일관도천 ( 一串都穿 한 일 / 꼬챙이 관 / 모두 도 / 꿰뚫을 천 ) ; 한 꼬챙이에 모두 꿰뚫다 .
* 천칠백 공안 ( 千七百 公案 ) ; 『경덕전등록 ( 景德傳燈錄 ) 』에 천칠백일 명의 인물들이 보여준 기연어구 ( 機緣語句 , 깨달음을 이루는 기연에 주고받은 말과 경전 · 어록의 글 ) 를 수록하고 있는 것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
* 코똥 ; ‘ 콧방귀 ( 코로 나오는 숨을 막았다가 갑자기 터뜨리면서 ‘ 흥 ’ 하고 불어 내는 소리 )’ 의 사투리 .
* 일대사 ( 一大事 ) ; 매우 중요하거나 아주 큰 일 . 삶과 죽음 , 즉 생사 ( 生死 ) 의 일 . ①부처님이 중생구제를 위해 세상에 나타난다고 하는 큰 일 .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는 목적 . ②가장 중요한 일이란 뜻 . 수행의 목적 . 깨달음을 얻는 것 . 인간으로서의 완성 .
『법화경』 방편품에 ‘ 諸佛世尊 , 唯以一大事因緣故 , 出現於世 모든 부처님은 오직 일대사인연 ( 一大事因緣 ) 때문에 세상에 출현한다 ’ 라고 한 것에서 유래 . ‘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한 목적은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보이고 , 지혜를 발휘하여 모든 중생을 깨닫게 하고 구제하는 것 ’ 이다 .
* 세법 ( 世法 ) ; 세제 ( 世諦 세속의 도리 ) 의 법 . 세간법 ( 世間法 산스크리트어 loka-dharma) 이라고도 하며 인연으로 발생하여 덧없는 모든 법을 말한다 . 혹업 ( 惑業 미혹에 바탕을 둔 행위 ) 의 인연으로부터 발생하여 번뇌를 촉발하는 삼계의 모든 법 . 불법 ( 佛法 ) 과 대칭한다 .
* 고인 ( 古人 ) ; 불보살 ( 佛菩薩 ) 님을 비롯한 역대조사 ( 歷代祖師 ), 선지식을 말한다 .
* 보림 ( 保任 ) ; 오후보림 ( 悟後保任 ). 선종 ( 禪宗 ) 에서 깨달은 뒤에 선지식을 찾아 인가를 받고 , 다시 숲속이나 토굴에 들어가 다생 ( 多生 ) 의 습기 ( 習氣 ) 를 제하고 도 ( 道 ) 의 역량을 키우는 보임 ( 保任 ) 공부 .
' 보임 ' 은 보호임지 ( 保護任持 ) 의 준말로서 ‘ 찾은 본성을 잘 보호하여 지킨다 ’ 는 뜻이다 . 또는 ‘ 保其天眞 任其自在 , 그 천진함을 보전하고 그 자재함을 따른다 ’ 는 뜻이다 . 한자 독음상 ‘ 보임 ’ 이지만 관습적으로 ‘ 보림 ’ 이라고 읽는다 .
* 증 ( 證 ) ; 깨달은 바를 다시 한번 점검하여 확인하는 것 .
* 등등임운 ( 騰騰任運 ) ; 임운등등 ( 任運騰騰 ). 무심 ( 無心 ) 하여 걸림이 없이 자유로움 . 무심하여 자적 ( 自適 사람이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제 마음 내키는 대로 편안하게 즐김 ) 한 모습 .
* 등등 ( 騰騰 오를 · 날 · 비울 등 ) ; 무심하고 무사 ( 無事 ) 한 모습 .
* 임운 ( 任運 맡길 · 마음대로 할 임 / 옮길 · 움직일 · 운수 운 ) ; 아무런 조작이나 인위적인 힘을 첨가하지 않고 , 법이 ( 法爾 ), 여연 ( 如然 ), 자연 ( 自然 ), 으레히라는 뜻 .
* 임의 ( 任意 맡길 · 마음대로 할 임 / 뜻 의 ) ; ①어떤 일정한 제한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 . ②얽매이는 것이 없어 자유롭다 .
* 당최 ; 도무지 ( 아무리 해도 ,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 ). 영 .
* 참선법 ( 參禪法 ) ; ①선 ( 禪 ) 수행을 하는 법 . ②내가 나를 깨달아서 — 자신이 본래 갖추고 있는 부처의 성품을 꿰뚫어봐 — 이 생사 속에서 영원한 진리와 하나가 되어서 생사에 자유자재한 경지에 들어가는 수행 . 자신의 본성을 간파하기 위해 하는 수행법 .
* 땀세 ; 땀새 . ‘~ 땜에 (~ 때문에 )’ 의 사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