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구참선(전강선사 No.014)—아는 걸로는 소용없어. 知之一字 衆禍之門 | 참구(參句)라 하는 것은 그대로 활구(活句) | 탁! 맥혀서 도대체 알 수 없는 것을 활구(活句)라 한다 | '호랭이는 질고 용은 짜룹다' '퇴깽이 알을 닭이 집어먹는다'


*활구참선(活句參禪) ; 선지식으로부터 화두 하나[본참공안]를 받아서, 이론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다못 꽉 막힌 알 수 없는 의심(疑心)으로 화두를 참구(參究)해 나가 화두를 타파하여 견성성불(見性成佛)하는 참선법(參禪法). 참선을 하려면 활구참선을 해야 한다.

참선의 다른 경향으로 사구참선(死句參禪)이 있는데, 사구참선은 참선을 이론적으로 이리저리 따져서 분석하고, 종합하고, 비교하고, 또 적용해 보고, 이리해서 화두를 부처님 경전이나 조사어록에 있는 말씀을 인용하여 이론적으로 따지고 더듬어서 알아 들어가려고 하는 그러한 참선인데, 이것은 죽은 참선입니다.

천칠백 공안을 낱낱이 그런 식으로 따져서 그럴싸한 해답을 얻어놨댔자 중생심이요 사량심이라, 그걸 가지고서는 생사해탈은 못하는 것입니다. 생사윤회가 중생의 사량심(思量心)으로 인해서 일어난 것인데 사량심을 치성하게 해 가지고 어떻게 생사를 면할 수가 있겠습니까?

 

(12분 6초)


[법문] 전강선사(No.014)—전강선사 일대기 제7호(경술1970년 12월 10일 새벽.음) (전014)

“여하시(如何是)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인고? 어떤 것이 조사(祖師)가 서쪽에서 온 뜻인고?”
생사해탈법이 서천(西天)에서, 서역(西域)서 왔으니까 서래의를 물은 것이여. 서래, 그때는 그 인도(印度) 모도 저 서래(西來) 아닌가. 서쪽 아닌가, 여그서.
확철대오(廓徹大悟)헌 생사 없는 대해탈법(大解脫法)이 서쪽에서 왔으니까 서래의(西來意)를 묻는 것이여.

“그 서쪽에서 온 그 뜻이 어떻습니까?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판자 이빨에 털이 났느니라[板齒生毛]. 판대기 이빨에 털이 났느니라”

그 원, 세상에 그... 따지면 그 뭐 아무데나 붙일 수 있제. 수수꺼끼, 아(兒)들 수수꺼끼처럼.
뭐 수수꺼끼나 뭐 다를 것이 무엇이 있어.

수수꺼끼 그녀러 것, 그것 참 처음에 들어 보면 깜깜 알 수 없지. 그러지마는 그 따져서 모도 붙여 보면은 다 알 수 있는 것이여. 허지마는, 그 수수꺼끼 그거 천 개, 만 개를 다 알아 봤던들 그 뭣 허는 것이여? 따져서 모도 아는 것이니.

이리저리 생각해 마음으로 따져서 아는 것은 소용없다 그 말이여. 그걸 해석이라 그래. 모도 해석해서, 모도 생각을 붙여서, 뉘기 짜서 아는 것 가지고는 소용없어.
그러기에 지지일자(知之一字) 중화지문(衆禍之門)이여. 아는 것이라는 것은 중화(衆禍)의 문이여. 아는 걸로는 소용없어. 참선법(參禪法)은 그게 아니여.

‘어째서 판자 이빨, 판자 이빨에 털이 났다고 했는고?’
‘조주(趙州) 스님이 그렇게 판대기 이빨에 털 났다 했으니, 어째서 판대기 이빨에 털이 났닥 했는고?’

법상(法床)에 올라올 때마다 내가 해 주지. 왜 이래?
이놈을 가지고 모도 대중이 지금 철두철미허게 정진해 나가니까, 이걸 해 줄 수밖에 없지. 제일 중요헌 것이니까.

‘어째서 판대기 이빨에...’ 저 나무 판자 말이여, 나무 판자. 나무로 썰어 논 판자 말이여!
‘판자 이빨에 터럭이 났다’ 어떤 것을 판자 이빨이라 하며, 판자 이빨에 뭔 털이 나? 털이 왜 거가 나?

원 당최, 세상에 거 뭔 소리냔 말이여? 무슨 뜻이여?
알 수 없구나! 알 수 없는 그 의심(疑心). 알 수 없는 걸 의심이라고 안 혀? 가령, 사람을 내가 하나 잊어버렸는디, 그 사람이 도망갔는디 ‘어디로 갔나? 어디로 갔을까?’ 간 곳을 알 수 없다.

‘응! 그 사람이 아무 디가 있을 것이다. 거그 있는가?’ ‘아무 디 찾아가면 거 있을 것이다. 아! 거그는 저, 어디 무슨 지리산 가 있을까?’ 고렇게 따지지를 말어.
그 사람이 갔는데, '어디로 갔는고?' 알 수 없구나.

‘어디로 갔는가? 금강산으로 갔는가? 태백산 속으로 들어갔는가?’ 이렇게 분석허지를 말고.
‘어디로 갔는고?’ 알 수 없어. 그저 무조건 여하약하허고 알 수 없다.

수참활구(須參活句)언정, 수참참구(須參參句)언정, 모름이 참구를 헐지언정—참구, '참구헐 참(參)' 자, '연구헐 참(參)' 자.
수참활구언정, 활구를 참상(參詳)헐지언정. 참(參)이여, 참(參). 참의(參意)가 아니라, 참(參)이여.

참의(參意)라는 것은—참구와 참의와 달라. 참구(參句)라 하는 것은 그대로 활구(活句)여, 그것이. '살 활(活)' 자, '글귀 구(句)' 자, 활구여.
활구를 참상할지언정 사구(死句)를 참상허지 말어라. 사구라 하는 것은 그건 내가 먼첨 죽고 남 죽이는 것이여, 그거. 천하에 못쓴 것이 참선에 사구다 그 말이여.
사구(死句)라 하는 것은 모도 아는 것이여. 이치도 있고, 모든 이치가 거그 들어붙고. 모도 아는 것이고, 모도 해석해서. 그것이 선(禪)이 아니여. 참선이라는 것은 그걸 선이라고 안 혀.

허니, 탁! 맥혀서 도대체 알 수 없는 것을 활구(活句)락 햐.

‘판대기 이빨에 털이 났다’ 당장에 판대기 이빨에 털 난 도리를 알 수 없지. 그 도리를 알 수 없는 것이 조주의 뜻이니라. 조주의 뜻이여.
‘어째서 조주 스님은 판대기 이빨에 털 났다고 했는고?’ 그 조주의 뜻을 찾는 것이, 판대기 이빨에 털 났다는 놈을 알 수 없는 것이니라.

판대기 이빨에 털난 놈이 다르고, 조주 스님의 뜻이 다르고, 요리 가서 찾고 저리 가고, 그거 못써. 그걸 참의(參意)라 햐. ‘조주 스님 뜻은 무엇이여, 판대기 이빨에 털은 무엇이며, 그건 다른가 어쩐가?’ 모도 참의여. 참구(參句)가 못 되고 참의(參意)여! 활구가 못 되고 사구여!

요것을 분간해서, 화두를 똑! 한 밥 먹을 동안을 허드래도 고렇게 야물딱지게 다루어 들어가야 혀.

화두 잘못허면은, 화두병 들어 버리면은 그만이니까.
무슨 공부여. 공부는, 무슨 공부가 그런 공부가 있나? 그건 소용없는 공부여.

이치로 모도 그 수수꺼끼 같은 거, 왜 그런 것도 처음에 들으면 꽉 맥혀 모르제. 그놈을 자꾸 상량(商量)허면은, 사량(思量)을 붙이면은 그만 알거든.

인방(寅方), “인(寅)은, 호랭이는 질고, 용단(龍短)이라. 용은 짜룹다. 그게 뭔 뜻이냐?”
아, 그놈의 것, 용은 지드란헌 지드란헌 배암 같이 생긴 진 놈이고, 호랭이는 쪼끄만헌 짜룬 것인디, 어째서 호랭이는 질고 용은 짜룹닥 했는고? 아, 그거 알 수 없거든.

그것 따져 보면 안다 그 말이여. 용단(龍短)이다. 용이라 하는 것은 진방(辰方)을 용이라 햐, 진방.
동서남북에 방우가 다 있어. 열두 방우가 있지 않어? 자축인묘진사오미(子丑寅卯辰巳午未)...

진방이 거, '용 진(辰)' 자, 진방. 용(龍)이라고 헌단 말이여. 진방에서 해가 뜰 때에는 해가 자룹고, 인방(寅方)에서 해가 뜰 때에는 해가 질다 그 말이여. 그러니께 호랭이는 질고 용은 짜룹다 그 말이여.
그놈을 갖다가서 “무엇이냐?” 물으면, 따지면 알거든. 그 방우를 따지면 아는 그런 것이여.

“퇴깽이 알을 닭이 집어먹는다. 그 뭔 뜻이냐?” 아, 그거 설찬히 어렵다 그 말이여. 그 생각해 보면 또 그것도, 퇴깽이는 묘방(卯方). 동방(東方)이 묘(卯)거든. 동쪽이 묘니까, 묘에서 해가 올라와 가지고, 퇴깽이 알이란 말이여.
저 유방(酉方)으로 넘어가거든. 해 넘어가는 데 유방(酉方)이니까. 유방, 닭이 집어먹는다 그 말이여. 퇴깽이 알을 닭이 집어생킨다 그 말이여. 아, 거 모도 설찬히 수수께끼라도 그렇게...

그렇게 따지는 건 절대 아니여, 선(禪)이라는 것은.

또 그러고 이 공안이라 하는 것은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그대로 딱!
내가 어제 아침에, “그 꿀 먹을 때에 어떻게 했으면 살아 가겄느냐?”
“달다!”

내가 도장원(都壯元)했다고 안 혀? 내가 도장원했다고 안 혀? 역사적으로 도장원이지! 당시에 어찌 바로 해 놨는데, 아니라고 헐 수가 있는가? 못 하지.

그, 고렇게 공안이란 게 딱! 조사관(祖師關)이란 게 백혀 있어.

조사관은 도무지, 뭔 데서 갖다가서 무슨... 어떻게 무슨 저... 뭐락 하노? 그 출처(出處) 같은 거, 그런 것도 없어. 출처가 어디 그 조사관에 가 출처 같은 것도 소용없는 것이고, 어록(語錄) 같은 것도 소용없는 것이여.
다맛 조사서래의에 딱! 답해 논 것이 ‘판치생모’여. 그 조사관 딱! 해 놓은 것이여.(9분59초~22분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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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 중국 선종(禪宗)의 초조(初祖)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와서 불교의 대혁명을 일으켰는데, 경(經)이나 모든 글이 소용없다 하여 「불립문자(不立文字)」를 표방하였고, 계율이나 염불이나 송주(誦呪)를 죄다 부인하고 오직 「마음을 지키는 한 가지 공부에 모든 법이 들어 있다(觀心一法總攝諸行)」하고, 「바로 마음을 가리켜서 대번에 성품을 보고 부처가 되게 한다(直指人心見性成佛)」고 하였다.
실로 그의 문하에서 많은 성인이 나왔었다. 그리하여 사람마다 다투어 묵은 불교를 버리고 이 새 법, 참선법(參禪法)을 배우려고 하였다. 그러므로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란 것은 달마조사가 전하여 온 특별한 법, 비밀한 이치 곧 「불법의 똑바른 이치(佛法的的大意)」란 말과 같은 말이다.
*생사해탈(生死解脫) ; 생사(生死)를 떠나 깨달음의 세계에 드는 것.
*해탈(解脫) ; 산스크리트어 vimokṣa 팔리어 vimutti
①모든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나 정신이 자유 자재한 것. 괴롭고 아픈 세계에서 해방된 평안한 상태. 속세의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상태. ②모든 번뇌를 남김없이 소멸한 열반의 상태. ③깨달음. ④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한곳에 집중하여 산란하지 않는 선정(禪定)의 상태. 평온한 경지.
*서천(西天) ; ①서쪽 하늘. ②서천 서역국(西天西域國 : 인도의 옛 이름).
*확철대오(廓徹大悟) ; 내가 나를 깨달음. 내가 나의 면목(面目, 부처의 성품)을 깨달음.
*판치생모(板齒生毛) ; 화두(공안)의 하나. 版과 板은 동자(同字).
[참고] 『선문염송(禪門拈頌)』 (고려 진각혜심眞覺慧諶 선사 편찬) 475칙 ‘판치(版齒)’
 (古則) 趙州因僧問 如何是祖師西來意 師云版齒生毛.
조주 스님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선사가 대답하였다. “판치생모(板齒生毛)니라”

(投子靑頌) 九年小室自虛淹 爭似當頭一句傳 版齒生毛猶可事 石人蹈破謝家船
투자청이 송했다.
9년을 소림에서 헛되이 머무름이 어찌 당초에 일구 전한 것만 같으리오.
판치생모도 오히려 가히 일인데 돌사람이 사가(謝家)의 배를 답파했느니라

[참고] 『언하대오(言下大悟)』 (전강 선사 법어집 | 용화선원刊) p53~54.
어떤 스님이 조주 스님께 묻되, “어떤 것이 ‘조사서래의’입니까?(如何是祖師西來意)”하니 답하시되, “판치생모(板齒生毛)니라” 하셨다. 즉, 「어떤 것이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판치에 털이 났느니라」라고 하는 화두.
그러면 조주 스님은 어째서 ‘판치생모’라 했을까?  이 화두도 ‘무자’ 화두와 같이 ‘판치생모’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고 “판치생모”라고 말씀하신 조주 스님께 뜻이 있는 것이니, 학자들은 꼭 조주 스님의 뜻을 참구할지어다.
“어째서 ‘무’라 했는고?”하는 것과 “어째서 ‘판치생모’라 했는고?”하는 것은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이다.

*수수꺼끼 ; '수수께끼'의 사투리.
*지지일자(知之一字)가 중화지문(衆禍之門) ; 「‘알 지(知)자 한 글자가 온갖 재앙의 문이다」
[참고 ①] 『대혜보각선사어록』 제16권 대혜보각선사보설(大慧普覺禪師普說) ‘부경간이 청한 보설(傅經幹請普說) (대혜종고 1089~1163 | 김태완 옮김 | 소명출판) p230~234 참고.
那箇是生而之知者 如趙州作沙彌時 同本師行脚到南泉 値南泉臥次 本師禮拜了 趙州方禮拜 南泉問云 近離甚處 州云 近離瑞像 泉云 還見瑞像麽 州云 瑞像則不見 面前只見臥如來 南泉遂起 問 爾是有主沙彌 無主沙彌 州云 是有主沙彌 泉云 那個是爾主 若是如今禪和家 便近前彈指 打箇圓相 喝一喝拍一拍 拂袖便行 放出這般惡氣息 爾看他趙州 緩緩地近前道 孟春猶寒 伏惟和尙尊候萬福 泉乃喚維那云 此沙彌別處安排

어떤 것이 태어나면서 아는 경우인가? 예컨대, 조주 스님(778~897)이 사미였을 때에 본사(本師)와 함께 행각하여 남전(南泉)에 이르렀는데, 마침 남전 스님(748~834)이 누워 있었다. 본사가 절을 하고서 조주 스님이 막 절을 하려고 하는데 남전 스님이 물었다.

‘최근 어디를 떠나왔는가?’
조주 스님이 말했다. ‘서상(瑞像)을 떠나왔습니다’

남전 스님이 물었다. ‘서상을 보았는가?’
조주 스님이 말했다. ‘서상은 보지 못했지만, 눈앞에서 다만 누워 있는 여래를 봅니다’

남전 스님이 이에 일어나 물었다. ‘그대는 스승이 있는 사미인가? 스승이 없는 사미인가?’
조주 스님이 말했다. ‘스승이 있는 사미입니다’

남전 스님이 말했다. ‘누가 그대의 스승인가?’

만약 요즈음의 선객이라면, 곧 가까이 다가가 손가락을 퉁기거나, 한 개 원상(圓相)을 그리거나, 한 번 고함을 지르거나, 박수를 한 번 치거나, 소매를 털고서 곧장 가거나 하는 등등의 더러운 냄새를 풍겼을 것이다. 그대들은 보아라. 저 조주 스님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초봄이니 아직 춥습니다. 스님에게 만복이 깃들기를 삼가 빕니다’

남전이 이에 유나(維那)를 불러 말했다. ‘이 사미를 특별히 대접하여라’

次日却來問 如何是道 南泉也不行棒 也不下喝 也不談玄 也不說妙 也不牽經 也不引論 也不擧古人公案 亦不說事 亦不說理 只實頭向他道 平常心是道 爲他趙州已理會得平常心了 便却問 還假趣向也無 泉云 擬向卽乖 州云 不擬爭知是道 泉云 道不屬知 不屬不知 知是妄覺 不知是無記 若眞達不疑之道 猶如太虛廓然蕩豁 豈可於中彊是非耶 趙州於言下千了百當

다음날 다시 와서 물었다. ‘무엇이 도(道)입니까?’
남전 스님은 방망이를 휘두르지도 않고, 고함을 지르지도 않고, 현묘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경론을 인용하지도 않고, 옛사람의 공안(公案)을 말하지도 않고, 사실을 말하지도 않고, 이치를 말하지도 않고, 다만 확실하게 그에게 말했다.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다’

조주 스님은 이미 평상심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곧 다시 물었다. ‘향하여 다가갈 수 있습니까?’
남전 스님이 말했다. ‘향하여 다가가려 하면 어긋난다’

조주 스님이 말했다. ‘향하여 다가가지 않으면 어떻게 도를 압니까?’
남전 스님이 말했다. ‘도는 앎[知]에 속하지도 않고, 알지 못함[不知]에 속하지도 않는다. 앎은 허망하게 깨어 있는 것이고, 알지 못함은 깜깜한 무기(無記)이다. 만약 참으로 의심없이 도에 통달하면, 마치 커다란 허공과 같아서 막힘없이 텅 비었는데, 어떻게 그 속에서 억지로 옳으니 그르니 할 수 있겠느냐?’

조주 스님은 그 말을 듣고서 밝게 깨달았다.

南泉道 道不屬知 不屬不知 圭峰謂之靈知 荷澤謂之 知之一字衆妙之門 黃龍死心云 知之一字衆禍之門 要見圭峰 荷澤則易 要見死心則難 到這裏須是具超方眼 說似人不得 傳與人不得 所以圜悟先師說 趙州禪只在口脣皮上 難奈他何 如善用兵者 不齎糧行 就爾水草糧食 又殺了爾

남전 스님은 ‘도는 앎에 속하지도 않고, 알지 못함에 속하지도 않는다’고 말했지만, 규봉 스님(780~841)은 그것을 일러 ‘신령스런 앎[영지(靈知)]’이라 하였고, 하택 스님(684~758)은 그것을 일러 ‘지(知) 한 글자는 온갖 묘함의 문(門)이다’라 하였고, 황룡사심(1043~1114) 스님은 말하기를 ‘지(知) 한 글자는 온갖 재앙의 문(門)이다’라 하였으니, 규봉과 하택을 알기는 쉬우나 사심(死心)을 알기는 어렵다. 여기에 이르러선 모름지기 테두리와 격식을 벗어난 안목을 갖추어야 하니, 남에게 말해 줄 수도 없고, 남에게 전해 줄 수도 없다.
그러므로 원오 선사(先師 1063~1135)께서는 말씀하시길 ‘조주의 선(禪)은 다만 입술 위에 있으니, 그것을 어떻게 하기는 어렵다(다른 번역 : 조주의 선이 그저 말로 되는 것이라면 무에 어려울 게 있겠는가?)’라고 하였으니, 마치 용병(用兵)을 잘하는 자가 양식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 그대의 수초(水草)를 양식으로 삼아 그대를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참고 ②] 『고봉화상 선요 어록』 (고봉 1238~1295 | 통광 역주 | 불광출판사) ‘시중(示衆 其十四)’ p110~112 참고.
若論參禪之要 不可執蒲團爲工夫 墮於昏沈散亂中 落在輕安寂靜裏 總皆不覺不知 非唯虛喪光陰 難消施主供養 一朝眼光落地之時 畢竟將何所靠

만약 참선의 요점을 논하자면 방석에 앉는 것을 집착하여 공부를 삼아 혼침과 산란 가운데 떨어지거나, 편안하고 고요한 속에 떨어져 있어서는 안된다. 모두 다 깨닫지 못하고 알지 못하리니 오직 세월을 허송할 뿐 아니라 시주들의 공양을 소화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루 아침에 눈빛이 땅에 떨어질 때 필경 무엇에 의지할 것인가?

山僧昔年在衆 除二時粥飯 不曾上蒲團 只是從朝至暮 東行西行 步步不離 心心無間 如是經及三載 曾無一念懈怠心 一日驀然踏著自家底 元來寸步不曾移

산승이 옛날 대중에 있을 때 죽과 밥 먹는 두 때를 제외하고 방석 위에 올라앉지 않고 다만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동으로 갔다 서로 갔다 걸음걸음에 여의지 않고 마음 마음이 간격이 없었다. 이와같이 3년을 지내도록 일찌기 한 생각도 게으른 마음이 없다가 하루는 문득 나의 고향[自家]을 밟고 나니 원래 한 걸음도 옮긴 것이 아니었더라.

昏沈掉擧 喜怒哀樂 卽是眞如佛性 智慧解脫 只緣不遇斯人 醍醐上味 飜成毒藥 靈利漢 假饒直下知非 全身擔荷 正好朝打三千 暮打八百 何故 豈不見道 知之一字 衆禍之門

혼침과 도거, 희로애락이 그대로 진여불성이고 지혜해탈이건만 다만 인연이 이러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여 제호상미가 도리어 독약이 되었다. 영리한 사람이 가령 당장에 그른 줄 알아 온 몸으로 짊어지더라도 바로 아침에 삼천 번을 때리고 저녁에 팔백 번을 때릴 것이니 무엇 때문인가? 어찌 '지(知)라는 한 글자가 모든 재앙의 문이다'라는 말을 알지 못하는가?

若論此事 如蚊子上鐵牛相似 更不問如何若何 便向下觜不得處 拌命一鑽 和身透入 正恁麼時 如處百千萬億香水海中 取之無盡 用之無竭 設使志不堅心不一 悠悠漾漾 東飛西飛 饒你飛到非想非非想天 依舊只是箇餓蚊子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모기가 쇠로 된 소에 오르는 것과 같아서 다시 이러쿵 저러쿵 묻지 않고 당장에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서 목숨을 버리고 한 번 뚫어서 몸으로까지 뚫고 들어가야 한다. 바로 이런 때 마치 백천만억 향수해(香水海) 가운데에 있는 것 같아서 취(取)해도 다함이 없고 써도 고갈됨이 없지만, 설사 뜻이 견고하지 않고 마음이 한결같지 않아 아득히 출렁대며 동으로 날고 서로 날다가 설사 네가 날아서 비비상천에 이른다하더라도 여전히 다만 한 마리 굶주린 모기일 뿐이더라.


[참고 ③] 『선가귀감』 (청허휴정 1520~1604 / 1564년에 지은 책) (용화선원刊) p220~221. (가로판 p226~227)
神光이  不昧하야  萬古徽猷로다  入此門來에  莫存知解어다

거룩한 빛 어둡지 않아 만고에 밝고나。이 문 안에 들어오매 알음알이를 두지 말지어다.

(註解) 神光不昧者는  結上昭昭靈靈也요  萬古徽猷者는  結上本不生滅也요  莫存知解者는 結上不可守名生解也라  門者는  有凡聖出入義하니  如荷澤의  所謂知之一字가 衆妙之門也라 
 
(주해) 거룩한 빛이 어둡지 않다는 것은 첫 머리의 「밝고 신령하다」는 것을 맺는 말이요, 만고에 밝다 함은 「본래부터 나지도 죽지도 않는다」는 것을 맺는 말이며,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 하는 것은 「이름에 얽매여서 알음알이를 내지 말라」하는 것을 맺는 말이다。「문(門)」이란 범부와 성인이 드나든다는 뜻이 있으니, 마치 하택신회 선사가 이른바 ‘알 지(知)’자 한 자가 온갖 묘한 이치의 문이라고 한 것과 같다.

吁라  起於名狀不得하야  結於莫存知解하니  一篇葛藤을 一句都破也로다  然이나  始終*一解요  中擧萬行하니  如*世典之三義也라 知解二字는  佛法之大害故로  特擧而終之하니  荷澤神會禪師가  不得爲曹溪嫡子者는 以此也라

아! 「이름 지을 수도 모양 그릴 수도 없다」는 데서 시작하여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는 것으로 끝을 맺으니, 이 한 권에 얽힌 넌출을 한마디 말로 모두 끊어 버렸다。그리하여 처음과 끝을 일해(一解)로써 말하고, 중간에는 온갖 행동을 들어 보였으니, 마치 유교 경전의 삼의와 같다。지해(知解) 두 글자는 불법에 큰 해독이 되므로 특별히 들어서 끝을 마치니 하택신회 선사가 조계의 적자가 못 됨은 이 때문이다.

*참선(參禪) ; ①선(禪)의 수행을 하는 것. ②내가 나를 깨달아서 자신이 본래 갖추고 있는 부처의 성품을 꿰뚫어봐 이 생사 속에서 영원한 진리와 하나가 되어서 생사에 자유자재한 그러한 경지에 들어가는 수행. 자신의 본성을 간파하기 위해 하는 수행.

[참고] 송담스님(No.793) - 2018년 동안거 결제 법문에서.
우리는 생로병사 속에서 살면서 생로병사가 없는 도리를 깨닫고자 불법을 믿고 참선(參禪)을 하고, 비록 한 생각 한 생각 났다가 꺼지고 또 일어났다가 없어지고, 울다가 웃다가 그러면서 죽음을 향해서 가고 있지마는, 그 죽음을 향해서 가는 속에서 생사해탈(生死解脫)하는 도리가 있다고 하는 것을 우리는 부처님의 법문(法門)을 의지해서 그것을 믿고 생사해탈을 위해서 우리는 참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사해탈이라 하는 것이 이 육체를 가지고 죽지 않고 백 살, 이백 살, 오백 살, 천 살 살아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그러한 생사해탈이 아니고 생사 속에서 생사 없는 진리를 깨달음으로 해서 생사해탈을 할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법(佛法)은 생사윤회(生死輪廻) 속에서 생사 없는 진리를 깨닫는 종교인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설명하기가 대단히 어려우나 부처님으로부터 역대조사(歷代祖師)를 통해서 오늘날까지 경허 선사, 만공 선사, 전강 선사로 해서 생사 없는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법문을 우리는 믿고, 이론적으로 따져서 가리키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맛 간단한 방법으로 그 진리를 깨닫는 법을 우리는 믿고, 그 법에 의해서 참선 수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불법을 믿고, 불법 가운데에서도 최상승법(最上乘法)인 활구참선(活句參禪)! 역대조사를 통해서 전수해 온 활구참선에 의해서 무상(無常) 속에서 영원을 살아가는 법을 우리는 믿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간단하고도 간단한 일이나 이 최상승법 활구참선법을 믿는 사람은 확실히 불법의 근본 진리를 향해서 그것을 우리 몸을 통해서 그 진리를 체달(體達)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조주(趙州) : (778 – 897) 이름은 종심(從諗)이고 속성은 학(郝)씨인데, 산동성(山東省) 조주부(曹州府)에서 났다。어려서 출가하여 남전(南泉) 보원선사(普願禪師)의 법을 받고, 그 문하에서 20년 동안 있었다。80세까지 각처로 돌아다니다가(行脚) 비로소 조주(趙州)의 관음원(觀音院)에서 학자들을 제접(提接)하기 사십 년。당나라 소종(昭宗) 건녕(乾寧) 4년 120세에 입적하였다。<어록(語錄)> 3권이 남았고, 그의 교화가 참으로 커서 「조주 고불(趙州古佛)」이라고 일컬었다.
*법상(法床) ; 법을 설하는 자리. 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법하는 스님이 올라앉는 상.
*의심(疑心) : 자기의 본참화두(本參話頭)에 대해 ‘알 수 없는 생각’에 콱 막히는 것.
‘이 몸뚱이 끌고 다니는 이놈이 무엇인고?’ ‘이뭣고?’ ‘이놈’이 무엇이길래 무량겁을 두고 수 없는 생사를 거듭하면서 오늘 지금 이 자리까지 왔는가? ‘대관절 이놈이 무엇이냐?’ 또는 ‘어째서 무(無)라 했는고?’ 또는 ‘조주스님은 어째서 판치생모(板齒生毛)라 했는고?’
자기의 본참화두(本參話頭)에 대한 의심이, 지어서 드는 것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저절로 들려지게 해야. 바른 깨달음은 알 수 없는 의단, 알 수 없는 의심에 꽉 막힌 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본참화두(本參話頭) ; 본참공안(本參公案). 생사(生死)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타파해야 할 자기의 화두(공안)로써 자기가 믿어지는 바른 선지식으로부터 받아서 참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참구(參句) ; 언구(言句 화두)를 참상(參祥)하는 것.
화두에 참구(參句)와 참의(參意)가 있다。 이론적으로 따져 들어가는 것이 참의(參意)요 사구(死句) 참선이며, 말길 뜻길이 끊어져서 다만 그 언구만을 의심하는 것이 참구(參句)요 활구(活句) 참선이다.
*참상(參祥) ; 참구(參究). ①다못 알 수 없는 의심(疑心)으로 본참화두를 드는 것. ②선지식의 지도 아래 참선하여 화두(공안)을 꿰뚫어 밝히기 위해 집중함. 화두 의심을 깨뜨리기 위해 거기에 몰입함.
*활구(活句) ; 깨달음은 중생의 사량분별(思量分別)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량분별이 끊어짐으로 해서 깨달음에 나아갈 길이 열리는 것이어서, 일체처 일체시에 이론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다못 꽉 막힌 알 수 없는 의심으로 화두를 거각하면 일부러 사량분별을 끊을려고 할 것도 없이 끊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활구(活句)라 한다.
*사구(死句) ; 분별과 생각으로 공안(화두)을 따지고 이리저리 분석하여, 마음 길이 끊어지기 커녕은 점점 분별심(分別心)이 치성(熾盛)해지기 때문에 그것을 사구(死句)라 한다. 죽은 참선(死句參禪).
[참고] 『선가귀감(禪家龜鑑)』 (서산대사 | 용화선원 刊) p49~52. (가로판 p50~53)
大抵學者는  須參活句언정  莫參死句어다.
대저 배우는 이들은 모름지기 활구(活句)를 참구할지언정, 사구(死句)를 참구하지 말지어다.

<註解> 活句下에  薦得하면  堪與佛祖爲師요,  死句下에  薦得하면  自救도  不了니라.  此下는 特擧活句하야  使自悟入이니라.
【 要見臨濟인댄  須是鐵漢이니라

활구(活句)에서 얻어 내면 부처나 조사의 스승이 될 만하고, 사구(死句)에서 얻는다면 제 자신도 구하지 못할 것이다. 이 아래는 특히 활구(活句)를 들어 스스로 깨쳐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 임제를 친견하려면 쇠뭉치로 된 놈이라야.

<評曰> 話頭에  有句意二門하니  參句者는 徑截門活句也니  沒心路沒語路하며  無摸索故也요,  參意者는  圓頓門死句也니  有理路有語路하며  有聞解思想故也라.

평해 가로되, 화두(話頭)에 참구(參句)와 참의(參意) 두 가지 문이 있으니, 참구는 경절문 활구(徑截門活句)니, 마음 길이 끊어지고 말 길도 끊어져서 더듬고 만질 수가 없는 때문이요,
참의라 하는 것은 원돈문 사구(圓頓門死句)니, 이치의 길도 있고, 말의 길도 있으며, 들어서 알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절문(徑截門) : 지름길문. 교문(敎門)의 55위(位) 점차(漸次)를 거치지 않고 한번 뛰어서 여래의 경지에 바로 들어가는 문. 다시 말하면 화두(공안)을 타파하여 견성성불(見性成佛)하는 활구참선법(活句參禪法).
*원돈문(圓頓門) : 원교(圓敎)와 돈교(頓敎)가 교문(敎門)에 있어서는 가장 높고 깊은 이치를 가르친 바이지만, 말 자취가 남아 있고 뜻 길이 분명히 있어서 참으로 걸림 없는 이치를 완전히 가르친 것이 못된다. 오직 조사선이 있을 뿐이다.
*상량(商量 헤아릴 상/헤아릴 량) ; 알음알이. 지해(知解).
*알음알이[知解. 解. 會. 解會] : 참선은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생각으로써 이리저리 따져서 아는 것은 깨친 것이 아니다。참선하는 데 가장 꺼리는 것이 이 알음알이이다。그러므로 『이 문 안에 들어오려면 알음알이를 내지 말라(入此門內莫存知解)』라고 크게 써서 절 문에 붙이는 것이 이 까닭이다.
*사량(思量) ; 생각하여 헤아림. 사유하고 판단함.
*질다 ; ‘길다’의 사투리.
*짜룹다 ; ‘짧다’의 사투리.
*방우 ; ‘방위(方位)‘의 사투리.
*진방(辰方) ; 이십사방위(二十四方位)의 하나. 정동(正東)에서 남으로 30도 방위를 중심으로 한 15도 각도 안의 방향이다. 진(辰)은 십이지(十二支)의 다섯째 지지(地支)로 용(龍)을 상징한다.
*퇴깽이 ; ‘토끼’의 사투리.
*설찬히 ; 솔찬이. 솔찬히. ‘아주 많이. 상당히. 제법’의 사투리.
*또 그러고 이 공안이라 하는 것은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그대로 딱! 내가 어제 아침에, “그 꿀 먹을 때에 어떻게 했으면 살아 가겄느냐?” “달다!” ; '달다'는 “등나무 넝쿨에 매달려 꿀방울을 먹던 그 사람이 어떻게 하였으면 살아가겠느냐?”의 물음에 대한 전강 스님의 답.
[참고] 『언하대오(言下大悟)』 (전강선사 법어집 | 용화선원刊) p20~22.
그러면 여기서 ‘안수정등(岸樹井藤)’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하여 보자.
한 사람이 망망한 광야를 가는데 그 사람을 잡아 먹으려고 무서운 코끼리가 쫓아 따라오고 있다. 생사가 박두하여 정신없이 달아나다가 보니, 언덕 밑에 우물이 있고 등나무 넝쿨이 우물 속으로 축 늘어져 있다. 그 사람은 등나무 넝쿨을 하나 붙들고 우물 속으로 내려갔다.

우물 밑바닥에는 독룡이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고 또 우물 중턱의 사방을 돌아보니 네 마리의 뱀이 입을 벌리고 있다. 할 수 없이 등나무 넝쿨을 생명줄로 삼고 우물 중간에 매달려 있으니 두 팔은 아파서 빠질려고 하고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가며 그 등넝쿨을 쏠고 있다. 만일 등나무 넝쿨을 쥐가 쏠아서 끊어질 때라든지, 또 두 팔의 힘이 빠져서 아래로 떨어질 때는 독룡에게 잡혀 먹히는 수밖에 없다.
그때 머리를 들어서 위를 쳐다보니 등나무에 매달려 있는 벌집에서 달콤한 꿀물이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네 방울, 다섯 방울… 이렇게 떨어져서 입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사람은 꿀을 받아 먹는 동안에 자기의 위태로운 경계도 모두 잊어버리고 황홀경에 도취되었다.

이것은 비유 설화인데 ‘한 사람’이란 생사고해에서 헤매고 있는 중생을 말한 것이요, ‘망망한 광야’는 생사광야인 육도윤회이고, ‘쫓아오는 코끼리’는 무상살귀(無常殺鬼)요, ‘우물’은 이 세상이고 ‘독룡’은 지옥이다. ‘네 마리 뱀’은 이 몸을 이룬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사대(四大)요, ‘등나무’는 무명수(無明樹)이고, ‘등나무 넝쿨’은 사람의 생명줄이다.
‘흰 쥐와 검은 쥐’는 일월이 교체하는 낮과 밤이요, ‘벌집의 꿀’은 소위 눈앞의 오욕락이란 것이니 재물과 색과 음식과 수면과 명예욕이다.

이것이 바로 생사고해에서 헤매는 중생을 비유하여 말한 설화이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중생들은 그 꿀방울에 애착하여 무상하고 위태로운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올라갈 수도 없고, 머무를 수도 없고, 내려갈 수도 없는 여기에서 어떻게 하면 뛰어나 생사해탈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안수정등’이라는 공안이다.
지금부터 약 45년 전 도봉산 망월사에 용성 스님이 조실로 계시었다. 그때 용성 스님께서는 제방선원에 “등나무 넝쿨에 매달려 꿀방울을 먹던 그 사람이 어떻게 하였으면 살아가겠느냐?”하고 물었다.

만공 스님의 답은 “어젯밤 꿈 속의 일이니라(昨夜夢中事)”

혜봉 스님의 답은 “부처가 다시 부처가 되지 못하느니라(佛不能更作佛)”

혜월 스님의 답은 “알래야 알 수 없고 모를래야 모를 수 없고 잡아 얻음이 분명(拈得分明)하니라”

용성 스님의 자답은 “박꽃이 울타리를 뚫고 나와 삼밭에 누었느니라.(瓢花穿籬出 臥在麻田上)”

보월 스님의 답은 “어느 때 우물에 들었던가(何時入井)”

고봉 스님의 답은 “아야, 아야” 하셨는데,

나, 전강은 답하되 “달다!” 하였으니 언하에 대오할지어다.

*도장원(都壯元) ; 장원(壯元). ①예전에, 과거(科擧)의 갑과(甲科)에서 일등으로 급제하는 일이나 그 사람을 이르던 말. ②글을 제일 잘 지어 성적이 첫째임. 또는 그런 사람.
*조사관(祖師關) ; 조사의 경지에 이르는 관문(關門). 관문(關門)은 옛날에 국방상으로나 경제상으로 중요한 곳에 군사를 두어 지키게 하고, 내왕하는 사람과 수출입하는 물건을 검사하는 곳이다.
*어록(語錄) ; 조사어록(祖師語錄). 선종(禪宗)에서 부처님의 바른 종지(宗旨)를 전하는 조사(禪師)나 귀의나 존경을 받을 만한 선승(禪僧)의 가르침, 문답, 언행을 모은 글, 또는 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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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선사, 송담스님께서 설하신 법문을 모두 합하면 1700여 개의 ‘참선 법문(法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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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용화선원 : 송담스님」 '재생목록'에 들어가면 <송담스님 참선법 A~E>이 있습니다.
그리고 법문 블로그 「용화선원 법문듣기」 분류 '참선법 A,B,C,D,E'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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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닥공닥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