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화두드는 법) (세등선원No.46)—다만 화두(話頭)만을 거각(擧却)해 버리면, 일어났던 망상은 저절로 자취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의심(疑心) : 자기의 본참화두(本參話頭)에 대해 ‘알 수 없는 생각’에 콱 막히는 것.
‘이 몸뚱이 끌고 다니는 이놈이 무엇인고?’ ‘이뭣고?’ ‘이놈’이 무엇이길래 무량겁을 두고 수 없는 생사를 거듭하면서 오늘 지금 이 자리까지 왔는가? ‘대관절 이놈이 무엇이냐?’ 또는 ‘어째서 무(無)라 했는고?’ 또는 ‘조주스님은 어째서 판치생모(板齒生毛)라 했는고?’
자기의 본참화두(本參話頭)에 대한 의심이, 지어서 드는 것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저절로 들려지게 해야. 바른 깨달음은 알 수 없는 의단, 알 수 없는 의심에 꽉 막힌 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본참화두(本參話頭) ; 본참공안(本參公案). 생사(生死)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타파해야 할 자기의 화두(공안)로써 자기가 믿어지는 바른 선지식으로부터 받아서 참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4분 13초)
[법문] 송담스님(세등선원No.46)—계해년 하안거해제 법어(1983.07.17)(세등46)
몸이 안정(安定)이 되고, 몸이 안정이 되면 눈알이 안정이 되아야 하는 것입니다. 눈동자가 이리갔다 저리갔다, 눈껍데기가 깜박깜박 그러한 것은 눈이 안정이 되았다 할 수가 없는 것이여.
눈이 따악 안정이 된 다음에야 비로소 마음이 안정이 되고, 마음이 안정이 되면 앉아서나 서서나, 밥을 먹을 때나, 옷을 입을 때나, 일을 할 때나 화두가 독로(獨露)해서, 화두를 들라고 안 해도 터억 의심이 독로하되,
순수무잡(純粹無雜)해서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간에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도록, 오직 그렇게만 다잽이를 해가면 망상이 일어나는 것도 걱정 할 것이 없고, 일어나되 억지로 보낼라고 하지도 말고 누를라고 하지도 말고, 성화를 댈 필요가 없어.
다만 화두(話頭)만을 거각(擧却)해 버리면, 일어났던 망상은 저절로 자취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어서 화두가 독로하되, 그래도 뭔 소리를 들으면 그것이 귀로 들어오고 눈으로 뭣을 보면 그 모양이 눈에 들어오지만, 거기에 내가 끄달리지만 안 하고 화두만 들어버리면 그런 소리나 모양은 나한테 별 장애를 주지 아니한 채 자취가 없어지기 때문에,
‘망상(妄想) 때문에 공부를 못한다’ 이러한 말은 아직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거여. 일어나는 망상은 조금도 성화 댈 필요가 없거든.
일어나거나 말거나 그냥 고대로 놔둬 버리고 나는 화두만을 딱 챙기면, 화두만을 들어버리면 그것이 가장 쉬웁게 번뇌와 망상을 처리하는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고요하고 편안하고 맑고 깨끗한 그러한 경계가 나면, 자칫하면 그 맑고 깨끗하고 고요하고 그런 데에 취해 가지고 화두를 놓쳐 버리는 수가 있는데, 그것은 대단히 주의를 해야 하는 것이여.
벌써 ‘아! 고요하다, 아! 깨끗하다’ 너무너무 그 적적(寂寂)하고 성성(惺惺)한 그 경계(境界)에 취해 버리면 화두를 놓치게 되는데,
화두를 들면 행여나 그 맑고 깨끗하고 고요하고 그 묘한 경계가 흩어질까 두려워서 화두를 들지 아니하고 그 고요한 데 빠지게 되면 이것은 확철대오(廓徹大悟)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여.
아무리 고요하고 깨끗하고 그럴지라도 거기에서 화두(話頭)를 떠억 챙겨야만 되는 것입니다.(25분39초~29분5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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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로(獨露 홀로·오로지 독/드러날 로) ; 홀로(獨) 드러나다(露).
*순수무잡(純粹無雜 순수할 순/순수할 수/없을 무/섞일 잡) ; 대상 그 자체가 순수(純粹)해 전혀 이질적인 잡것의 섞임(雜)이 없음(無).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 사람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체의 행위.
*타성일편(打成一片) : 참선할 때 자타(自他)의 대립이 끊어져 오직 화두에 대한 의심만이 독로(獨露)한 경계.
*다잽이 ; 다잡이. 늦추었던 것을 바싹 잡아 죔.
*성화(成火) ; ①일 따위가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고 속이 탐, 또는 그런 증세. ②몹시 귀찮게 구는 일.
*성화를 대다 ; 자꾸 몹시 귀찮게 굴다.
*거각(擧却 들 거, 어조사 각) ; 화두를 들다.
*망상(妄想 망령될 망, 생각 상) ; 이치에 맞지 않는 허황된(妄) 생각(想)을 함. 또는 그런 생각.
*적적(寂寂) ; 고요하고 평온함.
*성성(惺惺) ; 정신이 맑고 뚜렷함. 정신을 차림.
*경계(境界) ; ①대상,인식 대상, 여러 감각기관에 의한 지각의 대상, 인식이 미치는 범위 ②경지 ③상태 ④범위,영역
*확철대오(廓徹大悟 클 확/통할 철/큰 대/깨달을 오) ; 큰 깨달음. 내가 나를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