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고 찾지 마라 (세등선원No.46)—(게송)請君仰面看虛空~ | 어디를 가더라도 염염불망(念念不忘) 화두를 거각해 나간다면 그곳이 바로 선방(禪房).
*여의고 찾지 마라 ; 온갖 경계(境界)를 여의고 찾지 말고, 바로 그놈에 즉(卽)해서 화두를 돌이켜 깨달라야 한다.
(6분 28초)
[법문] 송담스님(세등선원No.46)—계해년 하안거해제 법어(1983.07.17)(세등46)
(게송 처음 두 구절 녹음이 끊김)
청군앙면간허공(請君仰面看虛空) 확락무변불견종(廓落無邊不見蹤)
나무~아미타불~
약해전신사자력(若解轉身些子力)하면 두두물물총가옹(頭頭物物總家翁)이니라
나무~아미타불~
저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쳐다보면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몸을 돌이켜서 아래를 쳐다보면 거기에는 산도 있고 물도 있고, 나무도 있고 바위도 있고, 사람도 있고 짐승도 있고 벌레도 있고, 집도 있고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없는 것이 없이 다 벌어져 있는 것입니다.
하늘에 뜬 달은 하나지만, 땅에 있는 모든 강과 호수와 모든 물에는 그 달이 수억만 개로 떠 있습니다. 그 그릇에 있는 달은, 그 수억만 개의 달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거든. 하늘에 있는 달은 고대로 있으면서 지상에 있는 모든 강물과 호수와 모든 물에 그 달이 떠있다 그말이여.
그 달을 보고서 우리는 하늘에 있는 달을 알 수가 있듯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맡고, 입으로 맛보고, 몸으로 느끼고, 생각으로 알 수 있는 온갖 경계를 통해서 우리는 볼래야 볼 수 없고, 알래야 알 수 없고, 잡을래야 잡을 수 없는, 그놈을 깨달라야 하는 것입니다.
눈으로 보는 놈, 귀로 듣는 놈, 코로 냄새맡고, 혀로 맛보고, 몸으로 감촉하고, 뜻으로 알 수 있는, 온갖 희로애락과 행주좌와와 생로병사를—심소(心所)를 통한 백법(百法)이, 그놈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윤회(輪廻)를 하고 있지만, 그놈을 여의고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최상승법(最上乘法)을 실천하는 학자는 여의고 찾지를 말아라.
여의고 찾을라고 한 데에서 길은 점점 멀어져 버리고, 짜증이 나고 시간은 흘러가는 것입니다.
여의고 찾지 않고 바로 그놈에 즉해서 화두를 돌이킨다면 오늘 해제를 했다고 해서 조금도 마음 해이해지지를 아니할 것입니다.
해제를 하면 인연 따라서 또 걸망을 지고 어느 산천, 어느 계곡, 어느 모퉁이를 가더라도 그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염염불망(念念不忘)으로 화두를 거각해 나간다면, 차(車) 속이 바로 입선(入禪) 시간이 될 것이고, 걸음걸음이 바로 선방(禪房)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돌아오는 석달 동안, 지난 석달 동안보다도 훨씬 더 알뜰하게 단속(團束)을 하고 화두를 거각(擧却)해 나간다면, 지난 여름 동안 그 무더웠던 더위 속에서 닦고 닦은 그 힘이, 돌아오는 석달 동안에 정말 잘 발휘가 되어서 반드시 지혜의 눈을 뜨게 될 납자(衲子)가 생겨날 것입니다.(46분33초~53분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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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송) ‘청군앙면간허공~’ ; [금강경오가해] 離色離相分 야부 게송 참고. *廓(클•넓을 확) *확락(廓落) ; 기개(氣槪)가 크고 넓음. *蹤(자취 종) *些(적을 사)
[참고] 송담스님(No.337)—정묘년 칠석차례(87.07.07.음)
〇청군앙면간허공(請君仰面看虛空)이라. 청컨댄 그대는 머리를 들고 저 허공을 보아라.
확락무변불견종(廓落無邊不見蹤)이다. 확 트여서, 갓이 없이 트여가지고 그 자취를 볼 수가 없느니라.
약해전신사자력(若解轉身些子力)허면, 만약 거기에서 몸을 뒤치면, 몸을 돌리면,
두두물물(頭頭物物)이 총가옹(總家翁)이다. 일체 두두물물이 모두가 다 '그'더라. 모두를 거기에서 다 만날 수가 있더라. 모든 이치를 거기에서 다 볼 수가 있더라.
*가옹(家翁) ; 집안의 주인(主人). 주인공. 진리.
*심소(心所) ; 심작용. 마음의 움직임. 정신작용.
*백법(百法) ; 모든 현상을 백 가지 요소로 분류한 것.
*최상승법(最上乘法)=활구참선법(活句參禪法)=간화선(看話禪) ; 더할 나위 없는 가장 뛰어난 가르침.
*염념불망(念念不忘) ; 생각 생각에 잊지 않음. 자꾸 생각이 나서 잊지 못함.
*입선(入禪) ; 참선 수행(좌선)에 들어가는 것, 좌선(坐禪)을 시작하는 것. 참선(좌선)수행.
*선방(禪房) ; ①참선(參禪)하는 방. 선실(禪室)과 같은 말. ②‘선방에 간다’라는 말은 ‘참선하러 절에 간다’ 또는 ‘참선에 들어간다’라는 표현이다.
*단속(團束) ; 주의를 기울여 다그쳐 보살핌.
*거각(擧却 들 거/어조사 각) ; 화두를 든다.
*납자(衲子 옷을 꿰맴 납/사람 자) ; 남이 버린 헌 옷이나 베 조각들을 기워서 만든 옷을 입은 수행승. 흔히 참선을 하는 스님(禪僧)이 자신을 가리킬 때 사용.